뇌물 고소장
타초경사는 당나라 단성식이 쓴 유양잡저에 나온다. 남당의 왕노가 당도현의 현령으로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재산을 늘릴 수 있을까 하고 한창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주민들이 그의 비서가 뇌물을 받았다고 고소했다. 왕노가 그 고소장을 살펴보니, 하나하나가 자기와 관련된 조항들이었다.
깜짝 놀란 그는 고소장에다가 다음과 같이 썼다. [너희는 풀을 건드렸지만, 놀란 뱀은 바로 나다.]이 말의 뜻은 비록 그들이 건드린 것은 풀이었지만, 자신은 풀 속에 있는 뱀과 같이 너무나도 놀랐다는 것이다. [타초경사]가 군사상에 운용될 때는 군사 통솔자가 적정의 허실을 질 알지 못할 때, 적을 찔러봄으로써 적의 정확한 소재를 먼저 파악한 후에 적절히 군사를 안배하여 승리를 거두는 것을 말한다. [손자병법, 행군 편]에서 특별히 이 점을 강조하였다.
[진군하다가 험준한 관문, 늪, 갈대가 높게 자란 곳, 무성한 수풀이 있는 있는지 지역을 만나면 반드시 행동을 조심하고 신중히 해야 한다. 이런 지역에는 적이 쉽게 매복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정탐병을 보내어 자세히 그 지역을 살핀 뒤에 다시 행동을 취해야 한다.]
[풀을 베어 뱀을 놀라게 한다]와 [없는 사실을 꾸며내는 것]의 의미는 다르다.
없는 사실을 꾸며 내는 것은 터무니없이 유언비어나 사건을 날조하는 것이고, 풀을 베어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일을 일부러 돌출시켜서 듣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여, 혼란한 국면을 만들고 남의 위급함을 틈타서 한몫하려는 것으로, 없는 사실을 꾸며 내는 것과 목적 면에서는 일치한다.
전쟁 중에 [타초경사]의 계략을 주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하나는 A 쪽의 상황은 이미 명백한데 B 쪽은 군사배치가 다 되지 않았을 때, A 쪽의 주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잠시 풀을 건드리지 않고 적의 주력의 준동을 방지하면서 B의 의도를 드러내어 변화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쪽이 거짓으로 공격하거나 공격을 도와주는 체하는 전술을 쓰다가, 뱀이 동굴에서 나오면 한 곳으로 모아서 그들을 섬멸하는 것이다. 즉, 어느 한쪽이든 의도가 드러나게 하여 그를 이용해 습격하는 것이다.
두 귀비의 왕후 다툼
전국시대에 중산국의 왕은 두 명의 귀비인 음희와 강희를 총애하였다. 그들은 음으로 양으로 왕후가 되려고 하였다. 이 나라에는 사마희라는 모신(謀臣)이 있었는데, 모략과 돈을 버는 수단에 상당히 뛰어났다. 그는 두 비가 총애를 다투는 형세를 보고는 기회를 틈타 그들의 돈을 뜯어내려고 생각하고는 암암리에 사람을 시켜 음희에게 문안을 드리게 했다.
[왕후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법을 알게 되면 자연히 권위를 얻을 것이고, 천하에 우뚝 서서 모든 사람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만약 실패하면 자신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그 가족에까지 화가 미치게 됩니다. 그래서 다투지 않으려면 그만두고 다투려면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만약 성공하려고 한다면 사마희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음희가 듣고서 마음이 일어 비밀리에 몸서 가서 사마희의 가르침을 청하였다. 사마희는 언변을 능란하게 구사하여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음희는 극진한 감사를 표하며 말하였다.
[만약 일이 성공하면 큰 보답이 있을 것이오!]
사마희는 곧바로 중상왕에게 글을 올려 자신에게 본국을 강성하게 하고 이웃나라를 쇠약하게 할 계책이 있다고 밝혔다. 중상왕은 매우 기뻐하며 그에게 물었다.
[나는 너의 제의를 매우 흡족하게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겠는가?]
사마희가 말했다.
[만약 제거 조나라에 들어가서 명목상으로는 방문이라 하고 암암리에 조나라의 정치와 군사동향을 알아내겠습니다. 그런 후에 자세하게 계획을 세운다면, 이른바 자신을 알고 남을 아는 것이니 백전백승이 아니겠습니까?]
중상왕은 그에게 얼마간의 예물을 주어 조나라를 방문하도록 하였다. 사마희는 조나라에 가서 공식적인 행사를 모두 마친 뒤에 사사로이 조왕에게 말하였다.
[당신 나라에는 미인이 많은 지방이라고 하던데, 제가 여기서 며칠을 있었건만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제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무수한 여자를 보았지만, 모두 우리나라의 음희만은 못하더이다. 모르긴 몰라도 선녀가 세상에 내려온 것 같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글로써 표현해 낼 수 없고 말로도 다해 낼 수 없습니다. 아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란 천하의 왕후가 되기에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조나라 왕은 가슴이 두근거려 급히 물었다.
[그녀를 여기로 데려올 수 있겠소?]
사바희는 일부러 말끝을 돌렸다.
[전 그저 있는 그대로 말한 것일 뿐입니다. 대왕의 의도가 어떻든, 방법이 있든 없든 저는 의견을 낼 수 없습니다. 음희는 비록 후궁의 신분이지만 군왕이 총애를 하고 있소. 이런 말은 절대로 퍼뜨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죽게 될지도 모릅니다.]
조나라 왕은 간교하게 웃으며 꼭 목적을 달성하고 말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사마희는 본국으로 돌아와서 중상왕에게 보고했다.
[조나라 왕은 막돼먹은 놈으로 도덕관념이 없습니다. 그저 여자와 노는 것만 알아 음탕한 즐거움에 빠지면 인의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입만 열면 싸우고 죽이는 얘기만 합니다. 뿐만 아니라 믿을만한 소식에 의하면 조나라 왕, 이 썩을 놈이 지금 대왕이 총애하는 음희를 어떻게 해 볼 생각인 것 같습니다.]
중상왕은 듣자마자 노하여 욕을 해댔다.
[그 망할 놈이 내 머리 꼭대기까지 오르려고 해! 나쁜 놈]
[대왕! 진정하십시오]
사마희가 말하였다.
[지금 형세로 볼 때 조나라는 우리보다 강성해서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조나라왕이 음희를 독촉한다면 정말로 주지 않을 방법이 없습니다. 주지 않는다면 곧 망할 것이고 준다면, 반드시 대왕이 유약하여 국왕이 사랑하는 귀비까지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한다!]
중상왕은 화가 치밀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마희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사마희가 태연자약하게 말을 이었다.
[이런 상황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한 가지뿐입니다. 바로 음희를 왕후로 책봉하여 조왕이 품은 나쁜 마음을 없애는 것입니다. 여태껏 다른 날의 왕후를 부인으로 삼으려 한 자는 아무도 없었고, 만약 그렇게 하면 여러 나라로부터 금수라고 욕을 먹게 될 겁니다.]
[좋아!]
중상왕은 확 풀어져서 웃으며 말했다.
[네 방법대로 해서 그 두꺼비 같은 놈이 그래도 백조도기를 먹으려고 하는지 두고 보자!]
그래서 음희는 순조롭게 왕후가 되었고 조왕도 마음을 버렸다. 사마희가 왕후의 큰 은인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지위와 재물도 자연히 보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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