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site-verification: google2d05afb8023c324c.html
본문 바로가기
작은역사들

사치품에서 국민 간식으로: 세계와 한국 과자(한과) 5000년사

by axles 2025. 11. 24.
반응형

과자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인류의 문화, 기술, 무역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역동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곡물과 꿀, 설탕과 향신료 등 다양한 재료를 거치며 과자는 특권층의 전유물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기호 식품으로 진화했습니다.

Ⅰ. 고대와 중세: 과자의 탄생과 기술의 발전

1. 고대 문명의 시작 (기원전 4000년경 ~)

과자의 기원은 농경의 시작과 맥을 같이합니다. 최초의 과자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달콤한' 형태가 아니었고, 주로 곡물 가루를 물과 섞어 구운 딱딱한 빵의 형태였습니다.

  •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기원전 4000년경 고대 이집트 무덤에서 야생 밀을 반죽해 만든 단순한 형태의 과자가 발견되었습니다. 기원전 2000년경에는 꿀, 무화과, 야자 등의 천연 감미료와 견과류를 섞어 만든 좀 더 정교한 형태의 과자가 등장했습니다. 이는 제례나 축제에 사용되었습니다.
  • 그리스와 로마: 이집트의 제과 기술이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 전파되었습니다. 로마에서는 군인들의 장기간 보존식으로 밀가루를 두 번 구워 수분을 완전히 제거한 **'파니스 비스코투스(panis biscoctus, 두 번 구운 빵)'**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비스킷(Biscuit)**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2. 중세 유럽과 설탕 무역

중세 시대에 들어서면서 과자는 단순한 식량 보존식을 넘어 지위와 부를 상징하는 사치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십자군 전쟁의 영향: 십자군 전쟁을 통해 유럽에 설탕이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꿀이 주된 감미료였지만, 설탕은 훨씬 강력하고 보존성이 뛰어난 단맛을 제공했습니다.
  • 향신료의 결합: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온 계피, 정향, 육두구와 같은 값비싼 향신료가 과자에 첨가되면서 풍미가 깊어졌고, 이는 귀족층의 연회에 빠지지 않는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Ⅱ. 근대: 대항해시대와 산업혁명을 통한 대중화

1. 대항해시대와 재료의 혁명 (15세기 이후)

15세기 말, 유럽의 탐험가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과자 재료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 주요 재료의 유입: 코코아(초콜릿), 바닐라 등이 유럽으로 대량 유입되었고, 식민지 플랜테이션을 통해 설탕이 이전보다 훨씬 저렴하게 공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과자 제조의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해졌습니다.

2. 산업 혁명과 대량 생산 (18세기 이후)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 혁명은 과자를 귀족의 테이블에서 일반 시민의 식탁으로 끌어내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 자동화와 공장: 증기기관을 이용한 자동화된 제분 및 반죽 기계가 도입되면서 대규모 과자 공장(제과 공장)이 설립되기 시작했습니다.
  • 대중화: 원재료 가격 하락과 대량 생산 시스템 덕분에 과자 가격이 낮아졌고, 다양한 종류의 비스킷, 크래커, 쿠키가 포장되어 유통되면서 대중적인 기호 식품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초콜릿은 19세기 중반 가공 기술이 발전하며 현대적인 형태로 대중화되었습니다.


Ⅲ. 한국의 과자 역사: 한과(韓菓)와 현대 과자 산업

한국의 전통 과자인 **한과(韓菓)**는 삼국시대부터 유래했으며, 제례와 연회에 쓰이는 의례적인 음식으로 발달했습니다.

1. 한과의 기원과 발전

  • 삼국/고려시대: 『삼국유사』에는 수로왕 제사에 **미과(美菓)**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어 한과의 역사가 깊음을 시사합니다. 고려 시대에는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이 금기시되면서 곡물 가루와 꿀, 기름을 이용한 **유밀과(약과)**와 콩, 깨 등의 가루를 눌러 만든 다식이 크게 발달했습니다. 이 유밀과는 당시 원나라에 **'고려병(高麗餠)'**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 조선시대: 유교적 제례가 강조되면서 약과, 강정, 산자 등의 한과가 제사상과 혼례 상에 필수적으로 올랐습니다.

2. 현대 과자 산업의 태동과 성장

  •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설립한 근대적인 제과 공장들이 들어서며 서양식 빵과 과자 기술이 도입되었습니다.
  • 광복 후: 1945년 해태제과(당시 영강제과)가 설립되고, 1946년 **'연양갱'**과 **'캬라멜'**이 국산 최초의 근대적 과자로 출시되었습니다.
  • 1960년대: 1961년 출시된 **'크라운산도'**를 시작으로 서양식 과자 제조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 1970년대의 붐: 대한민국 경제 성장과 더불어 1970년대에는 과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1971년 '새우깡' 출시를 시작으로, '초코파이', '에이스', '빼빼로' 등 현재까지도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스낵 및 비스킷 제품들이 대거 등장하며 한국의 현대 과자 산업을 형성했습니다. 이 시기부터 과자는 어린이들의 간식과 여행의 필수품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습니다.


결론적으로, 과자의 역사는 고대 곡물 가공 기술에서 출발하여 설탕, 코코아 등의 혁명적인 재료를 거치고, 산업 혁명의 대량 생산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적인 기호 식품으로 자리 잡은 기술, 무역, 문화의 융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응형

지금 신청하기 테스트 버튼